브루클린 풍자극
좀더많은책을읽어야할필요가있어 / 2009. 8. 2. 14:36
「너는 보험 회사에서 일해 본 적이 없어서 그래.
남을 속이려는 열정은 보편적인 거야, 이녀석아.
그리고 일단 거기에 맛을 들이면 헤어나기가 힘든 법이고
쉽게 돈을 버는 것---그보다 더한 유혹도 없거든.」
「.......세상을 사기꾼과 협잡꾼들이 움직이고 악당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지.」
『신의 은총과 자그마한 심적 고양과 예기치 찮은 기적을 경험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순간이지요.
새벽 세시 반에 타임스 광장을 미끄러지듯 통과하다 보면 모든 통행이 다 끊어져서
문득 세상 한복판에 나 혼자만 남은 것 같은 때가 있어요.
머리 위로는 사방에서 온통 네온 불빛이 쏟아져 내리고요.
또 여명이 밝아 오기 직전 벨트 파크웨이를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달리면서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밀려 들어오는 바다 냄새를 맡는 것도 그런 순간에 해당하고요.
아니면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는 찰나에 아치 사이로 막 보름달이 떠오르는 순간이나,
그런 순간이면 보이는 거라곤 밝고 둥근 노란 달뿐인데, 그 달이 너무 커서 놀라게 되고
내가 여기 지구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 버린 채
날고 있는 중이라는, 택시에 날개가 달려 있어서 실제로 우주 속을 날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되지요.
그 어떤 책도 그런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요.
저는 지금 진짜 초월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겁니다. 해리.
몸은 뒤에 남겨 놓은 채 충만함과 고요함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 들어가는.」
- 이보게, 그런 짓을 하려고 택시를 몰아서는 안 되지. 그런 짓은 어떤 고물 차로도 할 수 있어.」
- 아니,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보통 차로는 단조롭고 고된 일이라는 요소가 없어지는데,
전체적인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건 그거거든요.
극도의 피로감과 지루함.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단조로움.
그러다가 뜬금없이 문득 느끼게 되는 일말의 해방감과
잠깐 동안의 진정하고 절대적인 희열.
하지만 그 순간을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하지요.
고통이 없으면 희열도 없는 법이니까요.』
폴오스터 '브루클린 풍자극'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