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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드보통












A가 B를 바라보면 B는 A의 눈길에 담긴 생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A가 B를 작고 사랑스럽고 피부가 보드라운 천사라고 생각하면,
B는 작고 사랑스럽고 피부가 보드라운 천사가 된 기분을 느끼기 시작한다.
A가 B를 2더하기 2도 못하는 천하의멍청이로 생각하면,
B는 그 생각에 맞게 자신의 능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어,
결국 2더하기 2는 6쯤 된다고 답하게 될 것이다.

앨리스는 이 과정이 교묘하게 진행된다는 점이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B를 천하의 멍청이로 생각한 A는 "넌 천하의 멍청이야."라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생각은 전달되게 마련이니까-다만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전달되어,
B가 '나 혼자만의생각일까......?'하고 자문하게 되는 것이다. ---------- p320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어할 수 있는 것까지 타인이 결정한다는 증거다.--------------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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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How Proust can change your life) - 알랭드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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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
둘. 자신을 위한 독서법
셋. 여유 있게 사는 법
넷. 훌륭하게 고통을 견디는 법
다섯. 감정을 표현하는 법
여섯.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일곱. 일상에 눈을 뜨는 법
여덟. 행복한 사랑을 하는 법
아홉. 책을 치워버리는 법


프루스트 선생께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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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KISS & TELL)
알랭 드 보통 지음
생각의 나무 출판








이건 소설인가, 에세이인가, 전기인가?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
근데 중반쯤에 보면 이사벨 주변인물들 사진이 실려있다.

실제 알랭 드 보통이 사귄 이사벨이라는 인물을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전기와는 다른 전기를 쓰고있다.
가끔은 에세이가 되고, 가끔은 소설이 되고, 그리고 전기스럽지 않은 전기가 된다.

알랭드 보통의 매력은
그가 쓴 글처럼 자기가 적은 글을 보고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의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섬세한 생각의 묘사

"이사벨이 일기를 쓰고 있을 때 내가 불편함을 느꼈던 것은 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심리 상담가의 상징적 위치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말로 들려주는 것보다 우리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그것들은 비밀로 분류돼 우리에게 위압감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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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도서출판 이레













나는 여덟 살에 첫 책을 썼다.
노르망디 해변 홀게치트 휴양지에서부모, 개, 누이와 함께 보낸 여름방학 일기였다.

"어제는 별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은 날시가 좋다.
우리는 하루 종일 수영을 했다.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었다.
저녁으로 송어를 먹었다.
저녁 식사 뒤에는 페루에서 황금을 찾은 사람에 관한 영화를 보았다."

1978년 8월 23일 수요일에 쓴 당시의 전형적인 일기다.
(난독증에 걸린 것이 아니라, 영어를 배우는 중이라 글이 그 모양이다).
아주 좋은 의도와 단정한 글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도저히 읽어줄 수가 없는 이유는
저자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송어와 날씨 이야기가 나오는 등 사실들이 나열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그림에서 삶은 빠져나가고 보이지 않는다.
마치 사람 발과 구름만 나오는 홈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관객은 어리벙벙하여 도대체 눈높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증을 느끼게 된다.

많은 글쓰기가 그런 식이다.
맞춤법은 시간이 가면 정확해지지만,
우리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단어들을 배열하는 데는 꽤 힘든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 쓴 이야기는 보통 사건의 거죽만 훑고 간다.
석양을 본 뒤, 나중에 일기를 쓸 때는 뭔가 적당한 것을 더듬더듬 찾아보다가 그냥 '아름다웠다'고만 적는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 그 일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글로 고정 해 놓을 수가 없어 곧 잊고 만다.
우리는 오늘 일어났던 일들을 붙들어두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디에 갔고 무엇을 보았는지 목록을 작성한다.
그러나 다 적고 펜을 내려놓을 때면 우리가 묘사하지 못한 것,
덧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사라져버린 것이 하루의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삶을 붙잡아두는 데에는 감각 경험을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는 것을 나열한 자료는 예술이 되지 못한다.
오직 선별을 할 때에만, 선택과 생각이 적용될 때에만 사물들이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1915년 2월 15일에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 오후에 레너드[남편]와 나 둘 다 런던에 갔다. 레너드는 도서관에 갔고,
  나는 웨스트엔드를 돌아다니며 옷을 골랐다.
  나는 정말 누더기를 입고 다닌다.
  나이가 드니까 고급 상점이 덜 무섭다.
  데븐햄과 마셜즈를 쓸고 다녔다.
  그런 뒤에 차를 마시고, 어두울 때 차링크로스까지 천천히 걸어 내려가며,
  써야 할 구절과 사건들을 궁리했다.
  이러다가 명대로 못 살고 죽지 싶다.
  10파운드 11페니짜리 파란 드레스를 샀다.
  지금 그 속에 앉아 있다.

왜 이이야기는 제대로 된 것인지,
왜 이 이야기에서는 삶이 빠져나가지 않았는지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울프는 그냥 딱 맞는 세목들을 골래낸 것 같다.
어디에서 그것을 찾아야 하는지 알았던 것이다.
고급 상점에 관한 고백이 주는 어떤 느낌, 차링크로스 로드에서 떠오른 엉뚱한 생각,
"지금 그 속에 앉아 있다"는  구절에서 느껴지는 친밀함.......

다른 사람들이 쓴 책을 읽다 보면 역설적으로 나 혼자 파악하려 할 때보다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해서 더 많이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의 책에 있던 말을 읽다 보면 전보다 더 생생한 느낌으로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세계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예를 들어 젊은 시절 짝사랑이 무엇인지 나에게 가르쳐주는 사람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다.
정치가나 광고업자의 헛배운 어리석음을 보게 해준 사람은 플로베르의 오메(보바리 부인의 등장인물)다.
내가 질투심에 무너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프루스트의 고통스러운 구절들 덕분이다.

그러나 위대한 책의 가치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나 사람들의 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이들을 훨씬 더 잘 묘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독자가 읽다가 이것이 바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을 못한 이라고 무릎을 쳐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는 사람 가운데도 프루스트가 꾸며낸 인물인 게르망트 공작부인과 비슷한 여자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그 여자에게 어딘가 오만하고 무례한 구석이 있다고 막연하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확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러다가 책에서 게르망트 공작부인이 멋진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과 마주친다.
함께 식사를 하던 갈라르동 부인은 오리안 드 롬이라고도 알려진 공작부인의 이름을 부른다.
너무 허물없이 구는 실수를 한 것이다.
그 순간 프루스트는 공작부인의 반응을 신중하게 괄호 안에 넣어 보여주는데,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가 알던 그 여자에게 막연하게 느끼던 것의 핵심을 보게 된다.

 "오리안"(즉시 드 롬 부인은 즐거우면서도 놀란 표정으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제삼자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제사자를 증인으로 세워 갈라르동 부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를 권한을 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해두는 것 같았다).......

이런 희미한, 그럼에도 치명적인 떨림을 포착하는 데 모든 관심을 쏟는 책을 읽다 보면,
그 책을 내려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작가가 우리와 함께 있다면 반응을 보였을 만한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의 정신은 새로 조율된 레이더처럼 의식을 떠다니는 대상들을 포착한다.
마치 조용한 방에 라디오를 가져다놓는 것과 같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정적은 어떤 특정 주파수에서만 존재했던 것일 뿐,
그동안 우크라이나 방송국에서 쏜 음파나 소형 콜택시 회사가 야간에 주절거리는 소리가
줄곧 방을 채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 우리는 전에는 지나쳤던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하늘의 음영에,
한 사람의 얼굴의 변화무쌍함에,
친구의 위선에,
이전에는 우리가 슬픔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으로부터 밀려오는 축축하게 가라앉은 슬픔에.


알랭드 보통의 에세이집인줄만 알았던 동물원에 가기는
그간 알랭드 보통의 글 중에서 그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대목들을 추려내서 엮은 책이다.
물론 주옥같은 부분을 한데 모아놓은 것은 맘에들지만서도..
내가 이 책을 구매했다면 좀 억울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작가를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임에는 부인의 여지가 없다.


Posted by 터프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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